빅터 프랭클 생애
190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프랭클은 빈 대학에서 의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30년대에는 빈 종합병원에서 자살 시도자들을 치료했고, 1940년 로쉴드 병원의 신경과 과장이 되었다. 그런데 이 무렵, 나치 독일의 유대인 탄압이 본격화됐다.
1942년 프랭클은 부모, 아내와 함께 체코의 테레지엔슈타트 수용소로 보내졌다. 여기서 다른 가족은 모두 숨지고, 프랭클은 다하우 수용소로 옮겨졌다. 그러다 1945년 미군의 진군으로 프랭클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종전과 함께 빈으로 돌아온 프랭클은 삶의 의미를 찾아서 Man's Search for Meaning』를 집필하고, 1971년까지 빈 신경학 외래병원 원장을 지냈다. 그는 총 29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미 유수의 종합대학과 빈 의과대학의 초빙교수를 지냈다.
다른 저서로는 『의사와 영혼 The Doctor and Soul』 (1965), 『의미를 향한 소리 없는 절규 The Unbeard Cry for Meaning』 (1985), 『무의식의 하느님 The Unconscious Gods(1985)이 있다. 프랑클은 마더 테레사와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사망한 1997년 9월의 같은 주에 눈을 감았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
프랭클의 책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삶의 의미를 찾아서』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나치 수용소 시절을 회고하며, 그 안에서 생존 의지를 키웠던 사람과 삶의 의지를 포기한 사람들을 비교한다.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에게 삶의 해독제와도 같은 책이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에서 프랑클이 '로고세러피 (logotherapy,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 logos에서 유래)', 즉 의미심리학을 잠시 설명했다면, 『의미를 향한 의지』는 오로지 로고세러피 이론과 철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이론적 수준이 높은 만큼 얻을 만한 지식도 많다.
프랭클의 로고세러피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어 빈 정신의학의 세 번째 사상으로 통한다. 그러나 『의미를 향한 의지』는 앞선 두 학자와 프랭클 간의 극명한 사상적 차이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프랭클은 인간을 환경의 복잡한 산물로 격하한 행동주의자들의 이론을 거세게 반박한다.
심리학의 맹점
프랭클은 심리학계가 인간의 다차원적 특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믿었다. 프랭클도 생물학이나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자유의지와 존엄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었다. 인간은 살면서 특정 가치나 진로를 개발하거나 선택해야 할 때 자유의지를 발휘하며, 이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존엄성을 유지한다!
프랭클은 인간의 사랑이나 양심 같은 것들을 '조건반응' 또는 생물학적 프로그래밍의 결과로 그 가치를 격하시키는 것에 반대했다. 신경학자 프랭클은 인간의 여러 실체적인 면이 컴퓨터와 비슷하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인간이 결코 기계처럼 작동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넓은 장소에 혼자 있을 때 까닭 없이 두려움을 느끼는 광장공포증 같은 증상은 화학작용의 불균형이 빚은 결과일 수 있으나, 도덕적 혹은 영적 갈등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문제를 겪는 사람들(누 제닉 신경증자)은 전통 정신의학으로는 결코 치료할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은 결국 성직자나 무당을 찾아간다. 프랭클은 잔다르크를 정신분열증 환자로 치부했던 전통 사상의 학자들이 과연 죄책감과 양심, 죽음, 인간의 존엄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었는지 의심한다.
로고세러피의 대답
프랭클의 심리학은 같은 실존주의면서도 삶의 허망함을 다룬 알베르 카뮈나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달리 긍정적 성격을 띤다. 프랭클의 로고세러피가 의도하는 바는 인간의 삶에는 항상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확신시키는 것이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삶일지라도 반드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어렵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는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러한 고통을 통해 성숙했음을 깨닫게 된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성공과 명예가 아니라,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운명에 위대한 용기로 맞서는 것"이라고 프랑클은 말한다. 그가 몸담았던 병원에 죽어가는 젊은 여성이 있었다. 처음에는 온통 겁에 질렸던 이 여성은 점차 용기를 내어 가장 멋진 죽음의 순간을 맞기로 결심했다. 아무 의미 없이 죽는 대신, 자신이 죽어가는 모습을 직접 선택함으로써 그녀는 죽음에서 엄청난 의미를 찾아낸 것이다.
프랭클은 인간이 느끼는 '실존적인 공허가 신경증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신경증은 의미를 향한 인간의 의지가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그는 유대계 독일 소설가 프란츠 베르펠의 말을 인용했다. "갈증은 물을 마시고 싶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다.”
책임을 선택하는 단계
프랭클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악명 높은 산 쿠엔틴 감옥을 언급했다. 그곳의 수감자들은 프랭클을 좋아했다. 프랭클은 수감자들이 원래는 착한 사람이라는 둥 사회나 유전자의 희생양이라는 둥의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수감자들이 제 자신을 감옥으로 이끈 행동을 결정한 자유의지의 소유자이며,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여겼다. 그는 수감자들에게 죄의 현실을 알려주었다. 프랭클은 미 동부를 대표하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완하는 의미로, 미 서부 해안에 '책임의 여신상'을 세워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했다. 우리는 상대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우리가 우리의 판단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인간으로서 갖는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희석시킨다. 이러한 일반 개념에서 벗어나기로 '선택' 하는 순간, 인간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자유에 스스로 한계를 부여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다.
내 삶의 독특한 의미, 양심
『삶의 의미를 찾아서』에는 프랭클이 나치의 집단수용소에 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이 담겨 있다. 당시 빈에 거주했던 프랭클은 신경과학자로서 미국으로 망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부모에게는 미국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 프랭클은 부모의 운명을 외면한 채 혼자만 떠날 수 없었다.
프랭클은 모든 인간은 각자 충족해야 할 독특한 잠재 의미를 갖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이 의미를 알아차리고 받아들일지, 그것을 외면할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렸다.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인 삶의 의미란 없다. 오직 각자의 삶에 따른 각자의 의미가 있을 뿐이다. “인간의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각자의 삶이 지닌 의미나 어려움, 문제를 먼저 짚어보기 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러한 독특한 의미를 '양심'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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