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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스탠리 밀그램 생애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

by 심리상담사 브레드 2023.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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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밀그램 생애

스탠리 밀그램 Stanley Milgram

1933년 뉴욕에서 태어난 밀그램은 1954년 퀸스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정치학을 전공했으나,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 박사 과정에 입문하고자 여름 학기 심리학 과정을 이수했다. 그리고 저명한 심리학자인 고든 올포트의 지도를 받아 규율에 순종하는 인간의 특성을 논문으로 써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프린스턴 대학에서 솔로몬 애쉬와 함께 '사회 동조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밀그램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하는 이유와 세상의 모든 사람이 여섯 사람만 거치면 모두 연관을 맺고 있다는 6단계 분리 이론', 인간의 공격성과 비언어적 의사소통 등 다른 분야도 연구했다.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제작했는데 예일 대학에서 벌인 실험을 다룬 『복종 Obedience』, 도시의 삶이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도시와 자아 The City and the Self』등이 있다. 밀그램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토머스 블래스의 『세상을 충격에 빠뜨린 남자 The Man Who Shocked the World: The Life and Legacy of Stanley Milgram』 (2004)를 읽어보면 된다. 밀그램은 1984년 뉴욕에서 사망했다.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

1961년과 1962년에 예일 대학에서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심리 실험이 행해졌다. 연구자들은 지원자들에게 '기억과 학습에 관한 연구'라고 실험을 소개했다.

실험에 들어가서 흰 가운을 입은 두 명의 실험 참가자 중 한 명은 ‘교사', 다른 한 명은 '학습자의 역할을 맡았다. 학습자는 끈으로 의자에 묶여 종이에 적힌 단어들을 외워야 했다. 학습자가 단어를 외우지 못하면, 교사는 학습자에게 약한 전기충격을 가했다. 학습자가 단어를 틀리게 말할 때마다 교사는 실험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전압을 조금씩 높였다. 학습자는 처음에는 끙끙거리다가 전압이 높아질수록 점점 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교사의 역할을 맡은 참가자는 학습자와 연결된 전기충격 장치에 실제로는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학습자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은 실제로는 아무렇지도 않으면서 고통스러운 척 연기를 했던 것이다. 이 실험의 초점은 ‘희생자'가 아니라, 전압 버튼을 누르는 '교사'의 반응을 살피는 것에 있었다. 과연 교사의 역할을 맡은 참가자는 무방비 상태에 놓인 인간에게 점점 더 큰 고통을 가하는 실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권위에 대한 복종』에 실린 이 실험은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험 중 하나이다. 이 실험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험

밀그램은 실험을 행하기 전에 실험 결과를 예측해 달라고 많은 사람에게 부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기충격을 받은 학습자가 처음으로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을 때 교사가 즉각 실험을 포기할 거라고 예상했다. 어차피 실험일 뿐인데 고통스러워하는 학습자의 요구를 무시한 채 계속해서 전압을 올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밀그램의 생각도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땠을까?

교사의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은 대부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학습자에게 더 이상 고통을 주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볼 때 그다음 단계는 교사가 실험 감독관에게 실험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어야 맞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계속해서 감독관의 명령에 따라 조금씩 전기충격을 높였다. 밀그램에 따르면, "결국은 가장 높은 단위의 전압을 흘려보냈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풀어달라는 학습자의 애원을 애써 무시하면서 말이다.

악의 평범성

밀그램의 실험은 상당 기간 논쟁을 일으켰다. 정상적인 인간이 이렇게 행동했다는 사실을 아예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사람도 많았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 실험의 형식상 허점을 찾아내려 애썼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되풀이된 다른 실험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이 실험 결과는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사람들은 밀그램의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을 가학적이고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믿고 싶어 했다. 하지만 밀그램은 실험에 참가한 다양한 계층과 직업의 사람들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다만 매우 독특한 상황에 놓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가해야 했던 참가자들은 왜 실험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밀그램은 그들 대부분이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걸 알았다고 말한다. 그들은 학습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특히 학습자가 충격을 거부하기 시작할 때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실험이 잔인하고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들 대부분은 실험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다음과 같은 방어기제를 만들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실험의 과학적인 측면에 집중한다. 누구나 자신의 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따라서 실험을 성공시키는 일이 참가자들의 안녕을 지키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험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실험을 주관한 감독관에게 돌린다. 이것은 전범 재판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난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방어적 태도와 통한다. 희생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나 양심은 명령자나 지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결심으로 전환된다.

큰 뜻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고 믿는다. 과거 전쟁에 참여한 병사들이 종교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위해 싸웠다면, 밀그램의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과학이라는 대의명분이 있었다.

학습자의 가치를 무시한다. "단어도 못 외울 만큼 멍청하니까 그런 벌을 받아도 싸다"라고 믿는 것이다. 지능이나 성격에 대한 무시는 독재자들이 특정 집단의 사람들을 없애도록 명령할 때 공통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들은 아무런 가치도 없으며, 세상에서 없어져도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없어지면 세상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밀그램은 참가자들의 도덕의식이 사라진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새로운 환경에 순순히 적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그들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사람보다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에게 더 의무감과 복종심을 느꼈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실험을 포기하지 못했다. 놀랍게도 실험 감독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것을 '무례'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실험에 자진해서 참가하겠다고 해놓고 중간에 실험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애초의 약속을 저버리는 짓이었다.

권위자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비명을 지르는 희생자에 대한 윤리적 양심보다 강했다. 실험 중간에 이의를 제기할 때조차 상당히 예절 바르게 말했다. 밀그램은 한 참가자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누군가를 죽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때와 같은 말투로 이야기했다."

양심의 가책보다 무서운 '외톨이'

왜 그랬을까? 밀그램은 권위에 복종하는 인간의 본성은 생존을 위해 진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간의 모든 일은 지도자와 추종자 간의 위계서열에 따라 진행된다. 인간은 공동체적 존재로서 혼자서만 튀는 것을 꺼린다. 무방비의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에 대한양심의 가책보다 더 괴로운 것은 혼자 외톨이가 된다는 두려움이다.

인간은 어릴 적부터 남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고 배운다. 하지만 근 20년간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배우는 것 자체가 결국 권위에 복종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밀그램의 실험은 바로 이 점을 입증한 셈이다. 착한 사람이 되려면 남을 해치지 말아야 하는가? 아니면 남의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사람이 되는가?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후자를 택했다. 이것은 인간의 뇌가 그 무엇보다 권위를 우선시하도록 세뇌되었음을 뜻한다.

남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자연스러운 의지는 사회계층 구조 안에서 완전히 달라진다. 개별적인 인간은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지며 자발적으로 사고한다. 그러나 체제나 계층 안에 속한 인간은 자신의 책임을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버린다. 그때부터 인간은 자신이기를 포기한 채 다른 누군가나 다른 무언가를 위한 '대리인' 노릇을 한다.

개인에서 대리인으로

밀그램은 나치스의 악명 높은 친위대 중령아돌프 아이히만의 사례에 영향을 받았다. 아이히만은 히틀러의 명령에 복종하여 600만 명의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독일 태생의 유대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저서에서, 그는 정신병자가 아니었으며 죽음의 캠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숭고한 명분을 빌어 잔악한 행위를 명령한 충직한 관료였다고 주장했다.

밀그램의 실험은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을 사실로 확인한 것이다. 인간은 선천적으로는 잔인하지 않지만, 권위자의 명령으로 충분히 잔인해질 수 있다. 이것은 밀그램 연구의 주된 교훈이기도 하다.

“자기 일에 충실하고 별다른 적대감이 없던 평범한 사람도 끔찍하고 파괴적인 과정의 대리인이 될 수 있다.”

사실 『권위에 대한 복종』은 맘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베트남 전쟁 때 일어난 '마이라이 학살'에 참가한 미군 병사의 상담 일지 대목을 읽을 때는 더욱 그렇다. 밀그램은 인간에게는 타고난 정신질환과 '악마적'성향이 존재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 다만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특별한 상황에서는 별다른 죄책감 없이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그의 실험에는 여성도 포함되었으나, 남녀 간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밀그램은 이것을 군사훈련의 목적으로 보았다. 병사들은 정상적인 사회 및 도덕심과 분리된 환경에서 오로지 '적'에 대해서만 생각하도록 훈련받는다. 그러면서 그들의 머릿속에는 '의무'에 대한 집착, 명분을 위해 싸운다는 믿음, 명령 불복의 두려움이 생겨난다. "군사훈련의 표면상 목적은 군사기술 보충이지만, 근본적 목적은 인간의 개성과 이기심을 하나도 남김없이 없애버리는 것이다."

병사들은 훈련을 거쳐 자유롭게 사고하는 개인에서 명분을 위해 헌신하는 대리인으로 탈바꿈하며, 이때부터는 어떠한 일도 저지를 수 있게 된다. 그들에게 다른 사람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군사적 행동으로 인한 '부수적 피해물'일 따름이다.

불복 능력

그렇다면 권위에 불복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밀그램의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실험과 감독관에게 충실해야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극소수의 참가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권위적 체계보다는 의자에 앉아 고통받는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

밀그램은 실험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것과 실제로 실험을 거부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실험의 부당함은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이 똑같이 느꼈다. 그러나 실험을 거부하는 것은 윤리적 · 도덕적 배경을 지닌 소수 사람들이 권위에 불복하여 이뤄낸 크나큰 도약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주변 상황에 굴복하는 데 반해,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고수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영웅적 인물과 독일의 아이히만 같은 사람의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밀그램은 우리 문화가 권위에 복종하는 법만 가르칠 뿐,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권위에 불복하는 법은 가르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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